Q. 본인에 대한 짧은 소개 부탁드립니다.
진희 님 : 안녕하세요. 현재 오늘의집에서 프로덕트 오너(PO)로 업무 중인 한진희입니다. 저는 16년도부터 IT업계에서 일을 시작했어요. 아만다 회사에서 UI 디자이너로 시작해서 요기요 회사에서 PO로 직무 변경 후 지금까지 PO로 일하고 있어요. 프로덕트를 왜 만드는지 본질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고 잘 아는 PO라고 소개하고 싶어요.
Q. 현재 본인의 직업인 ‘프로덕트 오너(PO)’에 대한 설명 부탁드립니다.
진희 님 : 프로덕트 오너의 마음가짐으로 전반적인 방향을 살피고 문제를 해결하는 데 집중하는 직무라고 생각합니다. 고객이 없으면 해당 프로덕트는 의미가 없기 때문에 고객을 향한 집착을 제일 중요시 여기고 있어요.
고객에게 제대로 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지 살펴보고, 프로덕트 내에 문제점이 보이면 그게 진짜 문제인지 정의를 내리고 해결을 위한 가설을 세우죠. 디자이너와 개발자들과 협업을 하며 서비스를 업데이트하고 난 뒤에 가설이 맞는지 검증을 하는 과정을 거쳐요.
디베 : 설명을 들어보니 Product Owner의 주요 직무는 프로덕트 내에 진짜 문제를 찾고 해결하는 것이네요? PO에 대해 잘 모르는 분들을 위해 좀 더 쉽게 설명해 주실 수 있나요?
진희 님 : 예를 들어 볼게요. 햄버거 가게를 상상해 보자면 햄버거를 사는 사람들과 햄버거를 만드는 사람, 그리고 주문받는 사람이 있죠. 사람 외에도 내부 인테리어, 화장실 관리, 키오스크, 전광판 등 다양한 요소들이 결합해서 고객 경험을 만들잖아요. 각자의 역할과 전문성을 띠고 있는데 그중에 PO는 매장에 들어와 햄버거를 주문하고 햄버거와 빨대를 챙겨나갈 때까지의 고객이 햄버거를 주문하는 모든 순간의 경험을 책임지는 사람이라고 생각해요. 이 모든 순간에서 고객은 문제를 느낄테고, 서비스 여정에서의 경험들이 결국에 서비스에 대한 인식을 만들어주는거니까요.
사실, 자세한 업무는 회사마다 혹은 프로젝트 규모에 따라도 다릅니다. 본질적으로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 이유를 잘 아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를 위해 다양한 이해관계를 설득하고 프로젝트까지 수행해나가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수순이고, 그걸 매끄럽게 잘 해나가는 사람이 PO라고 생각해요.
디베 : PO로서 가장 중요한 덕목은 고객 입장에서 프로덕트가 어떤 가치를 주고 있는지, 가치가 제대로 전달되고 있는지 파악하기 위해 반복적인 의문을 통해 이유를 아는 것이네요.
Q. 디자이너에서 PO로 직무를 변경하신 계기는 무엇인가요?
진희 님 : 사실 뚜렷한 계기가 있던 것은 아니에요. 아만다에서 디자이너로 일을 할 당시에 ‘기획자’가 따로 없었어요. 그래서 디자이너들이 기획을 다 같이 했었는데, 시각적인 작업보다 프로덕트에 좀 더 깊이 있게 파는 게 재밌었어요. 그때 스스로 5년 뒤에는 PO가 되어있지 않을까 생각을 했는데, 이직 준비할 때 마침 요기요 면접 때 PO 팀장님이 그런 성향을 파악하셔가지고 직무 변경을 제안 주셨어요. 그래서, 지원은 프로덕트 디자이너로 했지만 이직한 직후에는 바로 PO로 일을 시작하게 되었어요.
디베 : 아만다에서 프로덕트를 디깅하면서 재미를 느끼면서 본인의 적성을 빠르게 발견하셨네요. 디자이너로 시작해서 PO로 직무 변경하면서 따로 준비한 과정이 있을까요?
진희 님 : 따로 준비를 하기보다는 UI 디자인을 하면서 자연스레 역량을 키워났던 것 같아요. 디자이너로 일할 당시에 디자인 산출물의 비주얼도 물론 중요하지만, 그보다 디자인의 이유를 더 탄탄하게 가져가는 편이었는데 이게 PO로 직무 변경하는 데 큰 도움이 됐었던 것 같아요.
Q. 디자이너와 PO 두 직무의 가장 큰 차이는 무엇인가요?
진희 님 : 저도 디자이너로 일을 해봤지만, 가장 큰 차이는 시선의 폭인 것 같아요. 디자이너는 디테일도 신경 쓰고 시각적 결과물에 집중했다면, PO는 한 발짝 뒤에서 프로덕트를 바라볼 때 조금 더 거시적으로 보는 것 같아요. 프로덕트가 주는 가치가 뭔지 정의 내리고 문제점들을 찾아서 해결하는 데 집중해요.
디베 : 이게 맞는 표현인지는 모르겠지만.. 진희 님 말을 들어보니 PO가 약간 감독 같은 느낌이네요? 축구로 비유하자면, 누구는 공격수로 공격에 특화되어 있고, 누구는 수비수, 누구는 골키퍼로 각자의 역할과 전문 분야가 있는데, PO는 이 모든 것을 프로덕트의 목표를 향해 얼라인을 계속 맞추는 감독 같은 느낌이네요.
진희 님 : 유관 부서들과 같이 일하면서 문제를 지속적으로 각인시켜주고, 문제가 잘 해결되기까지 방향성에 잘 맞게 가기 위해 소통하면서 일하죠. 그래서 ‘what’ 보다 ‘why’에 더 집중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디베 : 프로덕트 디자이너나 개발자, 그 외 직군에서도 문제를 공감하고 해결책을 같이 내면서 협업을 하긴 하지만, 아무래도 회사에서 R&R이 나눠져 있다 보니.. 좀 더 넓은 시선으로 바라보고 문서화하고, 그것이 잘 마무리 되기까지 관리하는 역할이 필요하긴 하죠. 개인적인 느낌으로는 PO와 PM의 업무가 어느정도 겹치는 부분이 있는 것 같네요.
진희 님 : 저는 지금까지 PM 직무를 가진 분들과 일은 안해봐서 어느정도 겹치는 지 잘 모르겠네요.
디베 : IT 업계가 빠르게 변하다 보니 그에 맞게 직무도 달라지는 것 같아요. 디자이너도 프로덕트 디자이너, UX 디자이너, UI 디자이너, GUI 디자이너, 플랫폼 디자이너, 인터렉션 디자이너 등… 매우 세분화되어 있기도 하고 이들끼리도 겹치는 구간이 있는 것 같아요. 주변 디자이너 분들에게 들어봐도 회사마다 업무의 범위가 조금씩 다른 것 같아요.
Q. 가장 기억에 남는 프로젝트 혹은 경험은 무엇인가요?
진희 님 : 요기요에서 PO로 일할 때 가장 먼저 했던 것은 프로덕트 내에 고치고 싶은 점들과 어떻게 바꾸고 싶은지 정리해서 리스트로 만들었는데 이걸 다 이루고 나온 경험이요.
JTBD(Job to be done) 프레임워크를 활용해서 고객이 왜 요기요 앱을 써야 하는지 파악하고, 당위성이 검증된 프로젝트라서 가장 기억에 남네요.
디베 : 개선하고자 한 리스트에서 가장 기억에 남은 것 하나만 설명해 주실 수 있나요?
진희 님 : 모든 프로젝트는 하나의 목적을 갖고 있습니다. 바로 Value proposition과 관련된 이야기인데요, 요기요라는 앱은 빠른 시간 안에 식사에 대한 고민을 끝내고 내 앞에 음식을 가져다주는 데에 존재 가치가 있습니다. 제가 있었던 Shop squad는, 고객이 가게나 메뉴를 고르느라 식사 시간이 지체되지 않도록 선택에 도움을 주는 스쿼드였고, 이를 위해 다양한 프로젝트를 해나갔습니다.
일례로, 메뉴를 둘러볼 때 메뉴마다 해당 메뉴의 리뷰 사진을 보여주는 프로젝트가 있었습니다. 자세히 설명하자면, 배달 플랫폼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그 메뉴가 어떻게 배달이 될지, 즉 메뉴의 이미지가 중요했습니다. 우리가 짜장면을 시키면 보편적으로 생각하는 짜장면 이미지가 있을 텐데요, 어떤 매장은 정통 중국식 짜장면을 판매하여 배달 받은 고객이 당황했던 경험이 있었습니다. 이 사례는 뉴스에도 한 번 났었던 적이 있어 스쿼드에 비상이 걸렸던 기억이 납니다.
배달 플랫폼의 역할은, 주문하는 고객과 배달하는 사장님의 오해를 줄여주는 역할이라고 생각하는데, 위 사례는 이 오해가 풀리지 않아서 생긴 문제였었죠.
그래서 이를 해결하기 위해, 실제 배달을 받은 고객들의 리뷰 사진을 메뉴 상세 페이지에 보여주어 내가 받은 음식이 어떨지에 대해 충분히 정보를 제공하고자 했습니다. 결과적으로 메뉴 리뷰를 본 사용자들의 주문율이 더 높아졌고, 이로 인한 CS도 점진적으로 줄어드는 결과를 낳았습니다.
Q. 실무 경험을 하며 가장 힘들었던 것은 무엇이고 주로 어떻게 극복하시나요?
진희 님 : 저 스스로 봤을 때 꼼꼼한 성격이라고 자부하는데 무언가 하나를 놓쳤을 때 스스로 엄청 스트레스 받는 편이에요… PO의 업무 특성상 작은 실수 하나가 결과적으로 큰 파장을 주다 보니 항상 부담을 가지고 있어요. 그런 부담을 가져야 하는 직군이라고 생각해요.
디베 : 그렇겠네요.. 그런 부담감이나 실수를 어떻게 극복하셨어요?
진희 님 : 프로젝트 끝날 때마다 스스로 잘못했던 것들을 무엇인지 되돌아보고, 문제를 발견하면 다음부터 똑같은 실수를 하지 않으려고 노력해요. 요기요에서 일할 때 경험했던 회고 문화가 큰 도움이 됐어요.
디베 : 추가 질문이긴 한데… PO가 진짜 문제를 찾고 Why를 중요하게 생각한다고 하셨는데, 한 사람에게 정해진 시간의 한계가 있다보니 모든 프로젝트의 진짜 문제를 찾을 만큼 개인에게 주어진 시간이 부족한 경우도 있을 것 같은데요. PO로서 진행하는 프로젝트 중 히스토리 파악이 어려웠거나, 데이터 부제로 근거가 부족하거나, 예상하기 어려운 다양한 사소한 것들을 놓치는 경우가 분명 있을 것 같은데 그럴 때 어떻게 대처 하시나요?
진희 님 : 프로젝트 시작 단계에서 QA 직군 분들과 긴밀하게 일하며 의견을 많이 여쭈어봅니다. 물론 기획을 시작하는 단계에서도 충분히 사전조사와 배경을 파악하지만, QA분들은 서비스의 품질을 높이기 위해 애써주시는 분들이기에, 모든 경험에서 세심하고 날카롭게 개선사항들을 살펴봐주십니다. 더불어 개발적인 측면에서도 발생할 수 있는 사이드 이펙트를 꼼꼼히 말씀해 주시기도 합니다. 이 과정에서 제가 놓치는 부분들을 찾아주시고, 이 의견을 수렴하여 더 나은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많은 도움을 받을 수 있는 것 같습니다.
그 외에는 문서 관리를 중요하게 생각해요. 프로젝트 전반적인 진행 과정을 다 정리해서 문서화하고 공유합니다. 나중에 누군가가 저의 프로젝트를 이어서 할 수도 있는데, 그때 정리된 문서가 없다면 히스토리를 파악하기 위해 많은 리소스가 들어가겠죠..? 저는 그래서 동료가 잘 쌓아놓은 문서가 복지라고 생각해요.
Q. 디자이너라는 배경 지식이 PO에 도움이 되었나요?
진희 님 : 이 질문을 굉장히 많이 받고 또 깊이 고민해 보았는데요, 디자이너라는 배경지식의 뿌리는 ‘인식’에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인식이라 함은 사용자가 서비스를 생각했을 때 떠올리는 단편적인 이미지를 의미하는데요, 저는 디자인을 전공하면서 이 이미지에 대해서 중요하게 생각했었습니다.
아무리 서비스가 나아가고자 하는 비즈니스적인 방향이 있다고 한들, 사용자가 동하지 않으면 실패한 비즈니스가 된다고 생각합니다. 사용자를 움직이게 하는 것은 서비스를 이용하는 사용자에 대한 깊은 이해가 수반되어야 하고, 이렇게 추출된 pain point는 다양한 이해관계를 설득할 수 있는 근거가 됩니다. 이 역할이 PO가 하는 일이고요.
서론이 길었지만, 제가 디자이너라는 경력이 PO로 직무 전환을 할 수 있었던 것은, 결국 사용자를 깊이 이해하고자 하는 동력에서부터 시작된 것 같습니다.
Q. 마지막으로 본인만의 공부법(노하우)가 있다면 소개 부탁드릴게요.
진희 님 : 모든 사람에게 인정받는 좋은 서비스를 찾는 것도 중요하지만, 일단 저한테 좋은 경험을 준 서비스에 대해서 깊이 공부하고 정리해 보는 편입니다.
이를테면 텐바이텐에서 위시리스트를 담은 제품이 있었는데, 그 제품이 할인할 때 때맞춰 인앱 메시지를 준 것이 꽤 괜찮다는 생각을 했었어요. 사용자가 어떤 상품을 위시리스트나 장바구니에 담아놓는다는 것은, 구매까지 망설임이 있다는 것이고 이 망설임을 해결하기 위해 할인 정보를 강조해서 알림을 밀어 넣어주겠다는 거니까요.
내가 좋다고 생각하는 서비스들을 아카이빙하고, 그 서비스가 사용자의 맥락을 어떻게 이해했고 어떤 솔루션으로 전개해나갔는지, 먼저 해답을 찾은 선배 기획자들의 의도를 배경부터 고민해 보는 것이 저만의 공부법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